이 노부부는 어린이 책에 등장할법한 자애로움, 푸근함은 전혀 없는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한 쌍이랍니다.
엄청 지저분하고, 심술궂은데다, 잔인하고, 섬뜩하기까지 하지요.
(로알드가 어렸을 적 자주 들렀던 사탕가게 여주인을 연상시키네요)
남편이 부인 침대에 개구리를 넣는가 하면 부인은 지렁이로 남편의 스파게티를 만들어요.
그럼 남편은 또다시 복수를 하지요. 이 부부는 서로에게 뿐 아니라 남들에게도 심술쟁이랍니다.
끈끈이 본드로 들새를 잡아먹기도 하고, 원숭이들에게 물구나무를 시켜 돈을 벌려고도 하죠.
하지만 영리한 원숭이 '머글웜프'는 아프리카에서 온 '롤리 폴리'라는 새와 힘을 합쳐
불쌍한 들새들이 잡혀 파이재료가 되지 않게 막아냅니다.
그리곤 새들과 힘을 합쳐 끈끈이 본드로 온 집안 가구들을 전부 천장에 붙여버리고 말지요.
집에 돌아온 멍청씨 부부 머리 위에도 살짝 본드 칠을 하고요.
모든 것이 다 거꾸로 매달린 꼴을 보고 멍청씨 부부는 자기네가 잘못 서 있나 의아해 물구나무서기를 합니다.
그 바람에 머리에 묻었던 본드가 바닥에 붙어버리고 말죠.
어쩔 수 없이 물구나무를 선채로 있던 부부는 그 무게에 견디지 못해
머리가 어깨 사이로 파묻히며 점차 찌부러지기 시작하고 맙니다.
결국 남은 것은 낡은 옷 뭉텅이와 신발, 그리고 지팡이 뿐이었답니다.

76 페이지 분량의 얇은 책으로 "멍청씨 부부 이야기"란 제목으로 번역되어있습니다.

로알드 달은 1916년 10월 13일에 영국 웨일즈의 릴란도프에서 태어났습니다.
1942년 작가 포레스터를 만나면서부터 작품을 쓰게되었는데 그 때의 대표작이 영화<그렘린>으로 유명한 <리비아 너머의 공습>라는 책입니다.
<그렘린>을 쓴 후 15년동안 주로 성인을 위한 단편 작품을 썼고, 그의 작품은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이 실리길 원하는 New Yorker, Harper, Atlantic Monthly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이 시기에 로알드 달이 발표한 작품들은 "문명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순수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인간의 본성이
사람을 압도할 만큼 절묘하게 뒤섞여 있는 잘 다듬어 지고, 짧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뛰어난 단편소설가인 오 헨리나 사키에 비견되는 로알드 달은 에드가 알랜 포 상을 세 번 받았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어린이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아버지가 되면서부터입니다.
로알드 달은 헐리우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여배우로 활동한 첫번째 부인 페트리샤 닐과 1053년 결혼을 했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올리비아와 테사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야기를 해 주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그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멍청씨 부부 이야기>, <마틸다>, <마녀를 잡아라>, <내 친구 꼬마 거인>, <조지, 마법의 약을 만들다> 등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그가 1988년에 발표한 <마틸다>는 6개월동안 무려 50만부가 팔리면서, 영국의 모든 어린이책 판매기록을 새로 수립했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는 중국에서 200만부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1990년 골수 이형성 빈혈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은 로알드 달은 1990년 11월 23일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심술궂은 목사님>, <나의 생애>, <로알드 달의 요리책>을 집필하고 출간했습니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텔레비전과 게임대신 책을 들게 한 로알드 달에게 아동문학계는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