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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호주에서 Year 1에 다니는 아이의 가방 속을 살짝 들여다보기로 하죠.

맨 왼쪽에 보이는 것이 학교 가방입니다. 유니폼은 꼭 입어야 하지만, 가방은 아무거나 메고 다니면 됩니다. 작년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가방을 이용했는데 Year 1에 올라가면서 사주고 말았습니다. 반에서 자기 혼자만 다른 가방 가지고 다닌다고 어찌나 불만을 하는지…… 아이들에게는 사소한 것도 심리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대목이죠. 같은 가방을 메고 다님으로써 다른 학생들과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는 듯 해요.

가방에 달아놓은 것도 많죠? 아이들이 가방에 뭔가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닌답니다. 아무것도 없이 가방만 메고 다니는 아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랍니다.

그 가방을 살짝 열어보면 폴더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사진에서 초록색 폴더)

그 위에는 교사의 이름과 학년, 그리고 지현이의 영어이름이 적혀 있죠. 지현이가 장식한다고 여기 저기 스티커를 붙여놓았답니다. 엄마 눈에는 지저분해 보이지만, 지현이에게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폴더죠.

이제 그 폴더를 열어보겠습니다. 3권의 노트북과 한 권의 책이 들어있답니다. 학기초에 교사가 폴더 안에 3권의 노트북을 넣어 집에 보내면, 엄마들은 그것들을 아이가 좋아하는 포장지로 싸서 그 위에 노트의 이름과 아이의 이름을 적어 다시 학교로 보냅니다. 노트북의 질이 좋지 않아 오래 사용하려는 목적도 있구요, 포장지만 봐도 누구 것인지 쉽게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답니다.

각 노트북의 용도는 이렇습니다.

Communication Book :

말 그대로 담임교사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매개체죠.

주로 부모님들이 교사에게 부탁하거나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보냅니다. 근데, 전 별로 이용하게 되지 않더군요. 아침에 아이 데려다 주면서 항상 담임교사를 만나게 되니까 글로 쓰는 것보다 직접 물어 보는 게 훨씬 편하거든요.

Spelling Notebook :

High Frequency Words나 Rhyming Words들을 연습할 수 있는 노트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단어들의 목록을 인쇄해서 그 노트에 붙여오면, 집에서도 써 보도록 하는 노트랍니다. 전 노트가 작아서 쓰기용으로는 별로 이용하지 않구요, 어떤 단어들을 배웠는지 확인만 한답니다. 주로 Family Words 목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uck으로 끝나는 단어들 목록 같은 것이 적혀 있죠. 아이들은 단어들을 자신이 직접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오래 기억하는 특징이 있는데, 지현이에게 물어보니 이 곳 학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단어를 배워나가더군요. Family Words들을 하나씩 읽어보고 뜻을 배운 다음, 아이들은 각 단어를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여 미니북 같은 것을 많이 만듭니다.

Leveled Reader Reading Record :

3권의 노트북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가면 각 교실 앞에 그 반 학생들의 인원수만큼 Reading용 박스가 있구요, 각 박스 안에는 20권 정도의 Leveled Reader들이 들어 있습니다.

박스가 개인용 책꽂이처럼 생겼어요. 20권을 다 읽으면 교사가 판단해서 다른 Reader 들로 바꾸어준답니다.

굉장히 부러운 점이죠. Junior에 있는 그 모든 학생들의 읽기 수준에 맞게 Reader들을

구분해서 박스에 담아놓는답니다. 박스에는 이름이 적혀있지 않지만, 아이들은 어떤 박스가 자신의 것인지 알아요. 아이들이 그 박스 안에서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유일한 숙제죠. 엄마는 아이가 얼마나 잘 읽는지 보고, 이 Reading Record Notebook에 날짜, 책의 제목, Comment, 그리고 사인을 해서 보냅니다.

학교에서도 시간이 될 때마다 교사 또는 자원봉사 엄마랑 읽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분들의 Comment를 읽어보고 아이가 Reading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답니다. 지현이는 작년에 굉장히 쉬운 Reader부터 시작했는데, 지난 번 담임을 만났 을 때 이제는 Reading의 속도를 붙일 때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어제부터는 한 페이지에 5-6줄 정도 되는 Reader를 가지고 오네요. 그렇다고 어려운 단어들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쉬우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그런 Reader지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다양한 리더들이 있으면 좋을텐데……

지현이의 가방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화요일이 되면 지현이는 집에 있는 장난감들을 잔뜩 가져갑니다.

Sharing Time이 있는 날이거든요. 이 곳에서는 한 학급에 23명 정도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합니다. 그 중에서 하루에 4-6명이 자신의 물건을 학교로 가져와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한 다음 Sharing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요일은 아이가 스스로 정하는데, 지현이는 화요일을 선택했더군요.

아직까지는 특정주제가 없어 아이들이 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갑니다. (Free choice라고 하죠.)

조만간 주 별로 주제를 정해 목록을 집에 보내올 예정이래요. 그러면 해당하는 물건을 가져가게 되겠죠. 지현이는 월요일이면 다음 날 학교에 가져갈 물건들을 정한 다음,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할 지 혼자서 연습한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여기 부모님들도 아이 교육에는 그 어떤 나라 부모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의 짧은 Sharing Time을 위해 집에서 블록으로 작품을 만들어오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손수레에 커다란 뭔가를 담아서 끌고 오는 부모도 종종 보인답니다. 대단하죠?

마지막으로 지현이의 가방에는 먹을 게 들어있지요. 하하.

이 곳에서는 아이가 먹을 도시락, 중간 휴식 시간에 먹을 간식거리, 그리고 물을 꼭 보내야 됩니다. 도시락 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한국에서처럼 밥과 반찬을 싸서 보낼 수도 없고…… 냄새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거든요.

매일 매일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귀찮기도 하고, 고민되는 일 중 하나죠.

하지만,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니, 아침마다 열심히 만들고 있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4탄에서는 학년 첫 3주 동안 학생들이 무엇을 했는지 부모님들이 학교에 가서 담임도 만나고, 학생들의 학교생활도 살펴보았던 Acquaintance Night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DictionaryMania	2008-02-20 12:32:49
와,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호주에서 1학년 아이들 가방 속엔 저런 노트가 들어있군요. 신혼여행으로 호주에 일주일간 머물렀는데, 여유있는 Life style이 몹시 부러웠어요.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해보니 3분의 1이 개성있고 깔끔하고 예쁘게 지어진 집을 찍은 사진이더군요. 거기서 살고 싶단 생각을 무지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계속 관심갖고 보겠습니다. 연재 감사합니다. ^^

현빈다빈맘	2008-02-20 10:37:14
호주로의 유학을 계획하고 있어요. 호주에 동생 식구들이 살고있어 쉽게 결정은 내렸는데, 아이들이 에제 5살, 6살이라서 이른감도 있구요 여러가지 고민되는일들이 있네요.ㅜㅜ 이번해 후반기나 새해 초로 계획하고있는데, 선생님 글들이 더욱 힘나게 합니다. 잘 보고 도움받을께요.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shelby	2008-02-21 12:00:11
부산센터 세미나후 점심같이 했었더랬지요~~샘! 넘 유용한 정보감사해요... 다양한 레벨북은 정말 탐이 나요.. 그리고 리딩 기록장도 넘 맘에 드네요. 울아이들꺼 당장 만들어야겠어요. 스티커붙이기 중이었는데... 좀 번거롭고 해서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중이었거든요. 아이의 성취도도 높여 줄수 있는 좋은 방법인거 같아요.~~^^

etkim	2008-02-22 12:17:36
여러가지 자세한 설명 앞으로의 수업에 많이 적용하고 싶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영어는 학교나 학원 선생님에게만 맡기고 아이들이 잘하길 바라는 경우가 아직은 대부분입니다. JY site에 부지런히 들어오는 엄마들은 다르지만요.

윤천사	2008-02-26 8:56:58
완전 좋은 정보. 내년에 애둘(현 초4, 7세) 데리고 뉴질랜드 갈 거여서 많은 정보수집 중이에요. 목 빠지게 다음 소식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