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아이랑 게시판 게시일 2008-02-15

오늘은 지현이가 다니는 학교소개와 이곳에서 지낸 7개월 동안 지현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실 그 동안 모아놓은 자료나 사진들이 많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

먼저 지현이의 한국에서의 영어 접하기를 잠깐 살펴볼까요?

지현이는 한국에서 동화책만을 가지고 영어를 접한 아이입니다. 물론 호주로 오기 전에 5개월 정도 영어유치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주로 동화책을 통해서 영어를 했던 전형적인 아이죠. 한 때 영어의 거부반응으로 엄마를 힘들게도 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영어책을 눈에 보이도록 배치하고, 최대한 재미있게 접하게 해 주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영어책을 즐기기 시작하더군요. 정확히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답니다.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의 결과죠. 대한민국 엄마의 힘은 위대합니다. 하하.. 아마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눈물겨운 인내와 기다려주는 너그러움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 곳에 오기 전, 지현이의 영어수준은 동화책을 좋아하고 기본 어휘와 쉬운 문장을 이해하는 정도. 그렇지만, 우리 나라 현실상 말하기가 그렇게 빨리 발전하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몇 년 동안 동화책을 이용한 영어 접하기로 어느 정도 듣고 이해하는 부분에서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스스로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아 그 점에서 엄마를 또 한 번 좌절하게 했죠. 항상 엄마가 읽어주는 것만 좋아하고, 스스로는 거의 시도조차 하지 않더군요. 그건 영어책이나 한글책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지금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의 하나랍니다.

이제 지현이가 다니는 학교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유학원에서 추천해 준 학교(Highgate Junior Primary School)에 입학하게 된 지현이는 작년에 1학년에 넣지 않고, 우리나라 유치원과도 같은 Reception Class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답니다. 지현이가 다니는 학교는 Reception ~ Year 2 까지 있는 Junior Primary School과 Year 3부터 시작하는 Primary School이 한 장소에 있기는 하지만 모든 커리큘럼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입니다. International Student를 많이 받아주는 학교 중의 하나죠. 그래서 한국인도 꽤 되는 듯 합니다. Junior에서는 지현이를 포함하여 3명 정도 되는데 Primary에서는 눈에 많이 띄더군요. 지현이 반에서 동양인은 지현이 혼자랍니다. 그리고 이곳은 다민족 국가다 보니 반 정도가 기본적으로 2개 국어를 합니다. 주로 아이들이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 3세대죠. 외모상으로 볼 때는 잘 모르겠어요. 동양인은 구분하기 쉬운데 나머지는 거의 비슷해 보여요.

이 학교는 International Student가 많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학년별로 그 학생들만 따로 모아 수업을 합니다. 한 번에 3~4명 정도 되나 봐요. 담당선생님도 한 분 계시구요. 지현이는 그 수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 반에서 하는 활동들이 좀 쉽고 격려 차원에서 간단한 스넥 파티 같은 것을 종종 해주어서 그런지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이 드나 봅니다. 단순하기는…

그래도 가끔은 집에 와서 투덜투덜거릴 때도 있어요. 다른 친구들은 지현이가 좋아하는 아트 시간에 뭔가 하나씩 만들었는데, 자신은 International Student 담당선생님과 수업을 했다고 말이죠.

그리고, 한국인 교사도 한 명 있어요. 이 곳에서 정규교사과정을 밟은 분이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와서 한국학생들만 데리고 수업도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 때는 아이들이 영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조금은 벗어나는 듯 해요. 지현이도 작년에 그 선생님과 수업을 했는데, 영어로 할 수 있으면 영어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했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흐를수록 영어로 말하는 빈도가 높아지죠.

또 하나, 이 학교는 조기유학 온 학생들에게 받은 돈을 학교시설에 많이 투자합니다. 모든 교실마다 커다란 Touch Screen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한 수업을 합니다. 전산시설을 이용한 교육이 아주 잘 되어하는 학교로 유명합니다.

Junior Primary School에서는 Reception과 Year 1 학생들이, Year 1과 Year 2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습니다. 수업은 함께 받지만, 학년이 높은 학생들이 낮은 학생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하지요. 그래서 지현이는 Reception과 Year 1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반에 배치 받았어요. Year 1에 넣을 수도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아이가 쉽게 따라 갈 수 있도록 그 반을 추천 하더라구요. 지금은 약간 후회스러운 점도 있지만 지현이가 스트레스 하나도 없이 잘 적응했던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현이가 많이 긴장하기도 하고, 호주 특유의 엑센트 때문에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리더니 두 달 만에 영어를 쏟아내기 시작하는 무서운 힘(?)을 발휘하더군요. 그렇게 빨리 스피킹이 될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까닭에 저를 포함한 지현이 담임까지도 깜짝 놀라는 상황이 재현되었죠. 학교 시작한지 3주쯤 되었을 때, 지현이가 심각하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Mum, I have to practice English. Because I can’t play with my friends if I can’t speak English.’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Brain Storming과 동화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어떤 형태로든 Output을 만들어내는 형식의 수업을 합니다. 제이와이에서 하고 있는 리터러시 수업과 일치하는 부분이죠. 단지 여기에서는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영어가 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교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죠. 교사의 역할은 1)아이들이 특정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2)그것들을 보드에 하나 하나 적고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 3)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종이 위에 표현하게 하도록 수업을 이끈다는 것입니다.

지현이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이런 식의 접근에 많이 노출된 아이라서 그런지 별 어려움 없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서 나타나는 결과가 참 많이 다르구나를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 보면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겠지만 말이죠. 지현이 같은 경우는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말하고 움직이고, 책을 보아도 글자보다는 그림을 즐기는 편에 속하죠. 이런 아이는 영어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말하기가 빨리 발달한다는 특징이 있는 듯 합니다. 대신에 읽기가 좀 느리죠. 이건 영어나 한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앞에서 풀어야 할 숙제하고 했었죠? 이 곳에 와서도 답답했던 점이 다른 엄마들의 고민과는 다르게 읽기가 생각보다 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것 때문에 아이를 많이 혼내기도 했답니다. 기다리는 여유로움을 잊었던 엄마의 멍청한 행동이었죠. 한 3주 전부터 드디어 읽기에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어요. 얼마나 기쁘던지….

아이들의 성향이 어떤지 잘 파악하셔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시간배분을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나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가 자꾸만 그림을 보고 말하고 싶어 읽기를 중단시키는 상황이라면 혼내지 말고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거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글자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넓혀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학교 소개와 지현이의 발전된 모습을 간단히 소개시켜 드렸어요. 뭔가 쓸 거리는 많은 것 같은데 글로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군요.

혹시 Year 1 학생의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하신가요? 3탄에서 풀어놓도록 하겠심다.

사진: 1) 지현이가 교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장면과

2) 작년에 지현이가 만든 Story Map 중에서 하나를 골라 보았습니다.